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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성명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1주년 성명발표 기자회견

도종환 장관에게 문화예술인들이 묻다

영화노조 / 2018-06-21 12:28:04 / 공개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성명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1주년을 맞아 

-도종환 장관에게 문화예술인들이 묻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도종환 장관은 바쁘게 움직였다. 굵직굵직한 행사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루고 평양을 방문했으며, 그 외 소소한 행사들도 많이 치뤘다. 사실 문체부 장관이 감당해야 할 분야는 넓고 방대하다. ‘문화’와 ‘체육’, ‘관광’까지 아우르는 분야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알아야 할 일도 많거니와 해야 할 일도 태산이다. 그 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1년 동안 장관을 지켜본 문화예술인들은 축하한다는 말을 꺼낼 수 없다.

우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에 대해서 짚어보자. MB와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진 블랙리스트 사태는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작동된 반헌법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여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합의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가 꾸려졌다. 도종환 장관은 이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일어난 원인을 규명해서 그 작동 시스템을 해체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하며, 이것이 문화예술계 피해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 장관은 과연 공동위원장이 맞는가 하는 의문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그 예로 예술경영지원센터장에 윤미경을,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위원에 오정희를 세운 것이다. 두 사람은 블랙리스트 실행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두 사람이 블랙리스트 사태에 개입한 사실을 언급하였으나, 공동위원장인 도 장관은 이 사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을 임명했다가 많은 사람들의 문제제기를 받아 결국 두 사람의 임명은 없던 일이 되었다. 도 장관은 두 사람을 임명한 것은 불찰이지만 다만 블랙리스트 전력자를 기관장에 임명하지 말라는 것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가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블랙리스트 사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원칙과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문화예술계만 보더라도 피해가 9273건에 달하는 사건이다. 이것은 단순히 정권의 입맛 때문이라고 웃어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건만 실제로 실행한 사람들은 여전히 문체부에 남아 있다. 도 장관이 말한 것처럼 또 다른 블랙리스트 사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는 가려내야 할 것이다.

또한, 블랙리스트를 실행하는 데 한 몫을 담당했던 문화체육관광부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는 도 장관이 문체부 장관으로서 지니고 있는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문화와 예술은 단순히 경제논리로 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철학이자 논리에 해당하는 가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문체부에서 문화와 예술은 경제 논리로 평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쓰임이 있는 부분은 높게 평가되고, 기초 예술 분야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데 그치고 있다.

시인이 문체부 장관이지만, 정작 문화예술인들의 지위는 어떠한가. 시인을 예로 들어보자. 시집 한 권을 출판하는데 자기 돈을 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인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을 하더라도 그 앞길이 녹록지 않다. 출판 시장은 쪼그라들었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사들이는 구입예산은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다. 창작지원금을 받는 경우 중에는 ‘e-나라 도움’으로 정산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이 창작을 지원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정부보조금을 부정수급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것이며 이것이 그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의 관점이었음은 장관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e-나라도움’ 시스템 폐지를 비롯해서 예술지원체계 및 문체부 기관 혁신 등에 대해 장관으로서 선제적이고 명확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문화 예술은 한 사회를 탄탄하게 만드는 기초 철학이며, 이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도 장관이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아니,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아예 없는 것이 아닌가 의문스럽다.

장관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어야 한다. 블랙리스트 실행에서 문체부가 한 몫을 담당했던 것은 수직적인 구조와 소통하지 않는 방식 때문이었지만, 그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장관이 했는가 묻고 싶다. 혹시 수많은 행사에 참여하느라 정작 곪아서 도려내야 할 종기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길 바란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유롭게 사고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문체부를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당신이 원하는 바대로, 제 2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

기초예술을 담당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몇 달째 공석이며, 탑 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행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당신은 명확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문체부 장관으로서 도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예술행정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 행정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블랙리스트의 근본적 원인인 현재의 예술행정은 예술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예술을 도구로 삼는 행정이다.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공무원을 직위 해제하고, 공무원이 아니라 예술인이 주체가 되는 방향으로 문체부를 혁신할 로드맵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 장관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잘못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꾸지 않는 장관이 내세우는 ‘문화비전 2030’이 무슨 설득력을 가지겠는가. ‘문화비전 2030’이 ‘사람’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행정’이나 ‘경제’ 논리로만 평가받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취임 1주년을 맞은 도 장관에게 요청한다.

시인 도종환이 아니라, 장관인 도종환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은 단순히 행정가로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문화예술인으로서 행정을 돌아보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 눈에는 틀림없이 보일 것이다. 행정 시스템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이 경제 논리에 휘둘리고 있는지, 왜 국가의 철학이 되어야 할 문화 예술이 그렇지 않은지.

장관으로 처음 취임했을 때로 돌아가서 스스로 다짐했던 부분들을 되짚어 보라. 

우리는 문화예술이 튼튼한 나라를 원한다. 당신이 해야 할 일도 그러하다. 그것은 단순히 이미지와 포장으로 끝나는 혁신이 아니라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울림을 줄 수 있는 철학을 만드는 혁신이어야 한다.

예술행정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할 창구를 열어두기 바라며, 이들이 던지는 화두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한 행정업무가 아니라 문화예술이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예술을 맛본 사람들이 국가의 철학을 건강하게 만들게 하여야 한다.


당신의 1년은 이러했는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당신은 어떤 철학으로 문화예술을 대할 것인가. 덧붙여 지난 성명에서 요구한 세 가지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한다. 아직 우리는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2018.6.20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구.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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