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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2018.02.20자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관련] “문체부의 ‘적극 대응’은 ‘신속’만 강조된 ‘조급’함이다”

영화노조 / 2018-03-19 15:10:08 / 공개글

[논평] [2018.02.20자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문체부, 성희롱․성추행 관련 현장 중심 적극 대응’ 관련]

“문체부의 ‘적극 대응’은 ‘신속’만 강조된 ‘조급’함이다”

 

이미 1년도 더 된 이야기다. 2016년 말부터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_내_성폭력”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피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려졌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용기 있는 문화예술인의 성폭력 고발 미투 캠페인으로 이어지며 문화예술계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그간 문체부가 문화 융성, 다양성, 표현의 자유를 위한 사업과 활동을 해왔다고 하는데, 결론적으로 그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융성, 다양성, 자유였는지 한탄스럽다. 그리고 생존자의 마지막 저항 수단인 성폭력 고발이 1년이 지나는 동안 지속되고 커져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문체부의 그간 활동이 잘못되었거나 최소한 부족한 것을 반증한다.

  

그나마 최근 2017. 2. 20. 문화체육관광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문체부의 성희롱・성추행 관련 현장 중심 적극 대응하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 그리고 그 실행을 위해 각종 실태조사를 비롯해 성폭력 사건 예방과 근절을 추진하기 위해 주요 분야별 신고ㆍ상담 지원센터를 운영을 하겠다라고 발표한 것에 두손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그런데 그 내용 중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영화계 내에 2018년 3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신설 예정이며, 영화인신문고의 해당 성폭력 관련 신고 및 상담을 “분리”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영화인신문고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가 운영 주체이며 그 사업비 일부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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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20.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발췌>

※ 기존 신고센터

-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 영화인신문고, 영화진흥위원회 내 공정센터

※ 신설 예정 신고센터

- 영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18년 3월∼) * 영화인신문고에서 분리

- 문화예술: 예술인복지재단 내 신고·상담센터 운영(’18년 3월∼)

- 대중문화: 콘텐츠진흥원 공정상생센터(’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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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에서는 영화발전기금으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한다고 하여 그 사업(영화인신문고)이 문체부 또는 영진위 사업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운영 당사자에게 소위 해당 ‘대응 방침’에 대한 논의를 했어야하고 영화인신문고 및 영화노조에 동의를 득해야 위 내용을 최종 보도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냥 ‘상식’이다. 하지만 문체부 또는 영진위 그리고 그 외 어떤 정부단체에서도 이 같은 최소한의 연락이 없었다.

 

우리집 대문 앞에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놓아두고 관리했더니 동주민센터가 말도 없이 ‘노약자 전용_○○○ 주민센터’란 스티커를 붙이고 간 격이다. 그리고 나서 지역 케이블 방송에 주민복지를 위해 ‘쉬어가는 의자’ 사업을 즉각적으로 시작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문 앞 의자가 놓인 위치가 공공자산인 통행로에 걸쳐 있어서 인가.

 

그간 영화인신문고는 운영규정 제16조에 따라 언어적ㆍ신체적 폭행 및 성희롱 등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에 관련하여 신고를 받고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지속해서 성폭력 관련 상담 및 피해자 구제를 해왔으며, 지난해 “김기덕 감독사건”의 최초 접수부터 사실조사를 진행한 것은 물론 최근 2018. 2. 22. 오전 1시에도 성폭력 신고접수와 상담을 통해 피해 및 관련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와 영진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알아서 잘 하고 있다.

 

문체부가 무언가 열심히 하겠다라는 차원에서 하는 사업을 민간에서 방해할 이유는 없다. 다만 문체부의 부정확한 보도자료에 대해 몇몇 측면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앞서 밝혔듯 문화계 내 성폭력이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은 이미 1년이 더 지난 것이다. 마치 최근에 인지되어 즉시 대책을 세웠다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면 안된다. 늦은 대응에 대해 자성과 사과가 우선하며 그 후 전격적이고 제대로 된 정책을 수행해야하는 것이다. 이번의 소위 ‘적극 대응’은 지체된 정책 실행에 대한 비판 피하기처럼 보일 뿐이다.

 

다음으로 문체부가 성폭력 사건에 따른 ‘즉각 대응’ 또는 ‘신속한 대응’을 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려는 행위만으로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영화산업 공정환경 부문에서 영화인신문고는 국정감사 시즌에 참새가 들르는 방앗간같이 반드시 언급되고 다뤄지는 사업이다. 관련 정부 담당자라면 영화인신문고가 영진위나 문체부가 운영하는 사업이 아님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영화인신문고 운영과 관련된 실수가 얼마되지도 않는 짧은 보도자료에서 발생했다. 이는 문제 발생 후 ‘발 빠르게 대처하는 정부’에만 몰두한 졸속함이다. 이런 졸속함이라면 ‘신설 예정 신고센터’라는 소위 문체부의 사업 또한 ‘졸속 행정’에 그치는 게 아닌지 우려될 뿐이다. 나아가서 문화계 내 성폭력이란 이슈를 두고 보여주기식 정책 사업 발표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영화노조는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성폭력 문제를 대처해 나갈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민간과 함께 연대하여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그 문제가 아무리 시급하다고 할지라도 당사자와 협의의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해당 보도자료의 정정은 물론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이 또한 상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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